리뷰/한국영화

마더, 모성애라는 가면을 쓴 광기와 이기심

홍여누 2021. 8. 12. 18: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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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준호 감독이 자신 있게 내비친 영화

이 영화에 관해 봉준호 감독이 인터뷰를 한 내용 중에,

"사실 나는 나의 모든 영화에 만족하지 못하고 있다. 하지만 '마더'의 엔딩 장면에 대한 자부심만큼은 강하다"

라는 인터뷰 내용이 있습니다. 이 영화의 다른 리뷰들을 보더라도, 김혜자 배우가 관광버스에서 춤추면서, 영화가 마무리되는 장면에 대한 내용들이 많습니다. 저 역시 영화를 보면서 이 춤이 나오는 장면에 대해 생각하고, 영화를 보고 난 후 어떤 의미로 이 장면을 감독이 넣고, 이 장면을 만들기 위해, 얼마나 공을 들였는지를 찾다 보니, 사람들이 왜 봉준호 감독의 디테일함에 대해 높이 평가하는지 알 수 있었습니다. 

엔딩이 빛나려면, 영화 전체의 내용과 딱 맞아떨어져야 빛나지 않을까 합니다. 즉, 영화 전체에 대한 자신감이 있기에, 엔딩 장면에 자신감이 있다고 말하신 건 아닌가 생각했습니다. 봉준호 감독은 지금은 세계적인 위치에 있는 감독 중 한 명입니다. 기생충이라는 영화로 아카데미 상까지 수상한 세계적 감독인데, 엔딩 장면에 대한 자부심이 스스로 강하다고 할 정도니 영화가 가진 완성도는 그 정도로 높다고 말할 수 있을듯합니다.

 

마더(mother)와 머더(murder)의 그 사이

극 중에는 원빈이라는 아주 걸출한 배우가 출연합니다. 비주얼과 존재감, 그리고 연기력까지 흠잡을데가 없는 배우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그런 원빈보다도 이 영화에서는 김혜자 배우가 아주 강렬하게 다가왔습니다. 원빈이라는 배우에게 바보라는 역할을 준 감독도 대단하고, 바보 역할을 연기하면서, 적어도 이 영화에서만큼은 그의 빛나는 비주얼보다도 바보의 역할에 더 몰입하게 해 준 원빈의 연기력도 대단하지만, 김혜자 배우의 모성애를 가장한 광기와 이기심을 보여주는 연기는 정말 강렬합니다. 이 영화를 찍기 전에는 푸근하고 정 넘치는 국민 엄마의 이미지가 강한 배우였는데, 이 영화를 보고 나니, 엄마의 역할이긴 하지만, 이전과는 매우 다른 느낌을 받았습니다.

간략한 줄거리를 말하자면, 극 중에서 모자란 아들로 나오는 도준은 마더에겐 사랑의 대상이며, 하나밖에 없는 세상에서 가장 귀한 아들입니다. 마더는 도준을 지극정성으로 챙기며 함께 살아가는데, 어느 날 도준은 여학생을 살인하는 큰 죄를 저질러 감옥살이를 시작합니다. 감옥살이를 하는 원빈의 무죄를 입증하기 위해 마더는 미친 듯이 알아보고 수소문하다, 도준이 어떻게 하다 여학생을 죽였는지 알게 되었고, 도준이 살인할 적에 사건을 본 목격자도 죽이게 됩니다. 그러다 다운증후군이 있는 아이의 옷에서 죽은 피해자의 혈흔이 발견되어, 다운증후군이 있는 아이는 감옥에 갇히고, 도준은 감옥에서 나오게 됩니다. 목격자였던 고물상을 죽이고 불을 질러 잿더미가 된 고물상의 집에서 자칫하면 마더가 고물상을 살인했다는 큰 증거가 될 수 있는 마더가 항상 가지고 다니는 수지침을 발견합니다. 도준은 마더가 효도관광을 가기 전 버스를 함께 기다리며, 마더에게 이런 걸 흘리고 다니면 어떻게 하냐며, 수지침을 건네줍니다. 아들을 위해 살인마저도 저지른 마더이지만, 마더에게 수지침을 건넨 도준을 보며, 마음에 큰 아픔을 느낀 마더는 자신만 알고 있는 기억을 지워주는 혈자리에 스스로 침을 놓고, 관광버스에서 춤을 추며, 영화는 마무리가 됩니다.

 

이해할 수 없지만,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 영화

2009년에 개봉이면, 꽤 오래된 영화인데, 이 당시에 영화가 처음에 개봉했을때는 많이 뜨거나, 평이 좋거나 그렇진 않았던 거 같습니다. 시간이 흐를수록 재평가되고, 꼭 봐야 되는 영화라고 추천을 많이 받곤 했습니다. 청소년 관람불가인 이 영화를 영화관에서 보기엔 2009년의 저는 너무 어렸지만, 지금 이 영화를 보니 그 당시엔 왜 안 떴을까 싶은 마음이 듭니다. 감독이 표현하고자 한 모성애는 기존에 우리가 생각한 모성애와는 조금은 다른 느낌의 모성애가 영화에서 표현됩니다. 하지만, 우리가 마주하고 싶지 않은 불편한 진실을 디테일하게 영화에서 표현한 터라, 찝찝한 느낌을 주는 영화일 뿐이지, 이 세상 모든 어머니들의 마음이 살인자가 된 아들을 구하기 위해, 무슨 일이든 할 수 있는 마음은 우리가 이해 못할 부류의 것은 아니라 생각 듭니다. 피해자의 빈소를 찾아가 광기 어린 눈빛을 드러내며, 우리 아들은 살인자가 아니라고 소리 지르는 장면, 도준이 5살에 자신을 죽이려 박카스에 농약 먹이지 않았냐며 마더에게 따지는 장면 등등 인상적인 장면들이 기억이 많이 납니다. 아들을 구하는 과정에서 타인은 아무렇지 않다는 듯이 모성애라는 겉포장지로 광기와 이기심을 내비치는 김혜자 배우, 그리고 빛나는 비주얼이 가려질 만큼 뛰어난 연기력을 선보인 원빈이라는 배우를 다시 보게 된 비뚤어진 모성애를 디테일하게 풀어낸 영화 마더 리뷰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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