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화가 배경인 모가디슈
1991년 소말리아의 수도 모가디슈에서 일어난 이야기를 풀어낸 영화입니다. 88년도 서울 올림픽을 성공적으로 끝낸 우리나라는 UN가입을 위하여 UN에 가입된 회원국들의 동의가 필요한 상황이었습니다. 이에 아프리카 국가들에 대한 외교를 펼치게 됩니다. 마침, 북한 측에서도 외교를 펼치게 되는데, 외교를 펼치는 과정 중에 우리나라가 소말리아 대통령을 못 만나게 방해하는 북한의 공작이라든지, 우리나라가 소말리아에 북한이 반군들에게 무기를 제공한다는 거짓 정보를 흘린다든지 북측과 남측은 대립을 이어갑니다. 부딪힘이 생기는 도중에 소말리아에선 내전이 발생하게 됩니다. 20년을 넘게 독재하던 바레 정권에 반란군이 반해, 폭동을 일으키게 되고, 순식간에 거리는 총알과 포탄이 날아들고, 거리에는 시체가 가득한 아비규환의 현장이 됩니다. 아비규환의 현장 속, 한국과 북한의 대사관은 고립되고, 심지어 통신마저 끊김으로 본국에 지금 상황을 알릴 수도 없고 가지고 있는 식량과 자원들은 점점 떨어져 가는 힘든 상황이 지속됩니다. 이러한 상황 속, 대한민국 대사관은 소말리아에 있던 한신성 대사와, 그를 돕기 위해 한국에서 파견된 안기부 요원 출신 강대진 참사관의 기지로 인해, 소말리아 군인들의 보호를 받을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반군들이 침입한 북한 대사관에서 간신히 목숨을 건진 북한 대사관 쪽 사람들이 남한 대사관으로 와 도움을 요청하면서, 감독이 의도했던 이 영화의 진짜 이야기가 시작됩니다.
지극히 평범한 사람들의 비범한 이야기
영화를 보면서 나오는 한 사람, 한 사람의 인물을 보면, 영웅적인 임팩트를 가지고 있는 사람들은 나오지 않습니다. UN에 가입하기 위해 소말리아에 외교를 펼치며 각자의 임무를 수행하는 모습이나, 이리저리 정보통을 움직이며, 서로를 방해하는 공작을 행하는 모습을 보다보면, 우리와 같이 평범한 사람들과는 조금 다른 것 같아 보이지만, 생존이라는 가장 큰 문제 앞에서는 죽음을 두려워하는 평범한 사람들일 뿐입니다. 한신성 대사는 조금만 기간을 버티면 대한민국으로 돌아갈 수 있는 상황에서, 사고 없이 무사히 돌아갈 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는 평범한 공무원이고, 강대진 참사관 역시 안기부 출신 요원이지만, 제 눈에는 안기부 출신이라는 허세가 가득한, 소말리아에 좌천된 사람으로만 보였습니다. 이야기를 이끌고 가는 주요 인물인 두 사람을 제외한, 북한 쪽 대사관 사람들, 남한 쪽 대사관 사람들도 전쟁터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 몸부림치고 있는 평범한 사람들입니다. 하지만, 위기를 헤쳐나가는 평범한 사람들의 모습이 오히려 그들의 비범함을 보여줍니다. 분단국가인 우리의 현실이 엄연히 존재하지만, 생존 앞에, 서로 생각하고, 도우며 버티며 살아남는 상황 속 따뜻하게 연출되는 모습들을 감상하며, 우리는 그럼에도 피를 섞은 한 민족임을 우리에게 알려주려 한 건 아닐까. 감독의 의중도 생각해보게 됩니다.
섬세하고 디테일한 영화
영화에 대해서 찾아보니, 모로코에서 세트장을 갖추고 찍은 걸 알게 되었습니다. 수많은 흑인 사람들을 캐스팅하고, 디테일한 연출 역시 놀랍지만, 특히 북한 대사관 쪽 사람들이 말을 할 때, 밑에 자막을 띄워주는 배려는 감독이 관중들을 많이 배려한 느낌을 받았습니다. 실제로 류승완 감독이 베를린 영화에서 관객들이 영화를 볼 때, 대사가 안 들린다는 지적을 많이 받았기 때문이라 합니다. 무언가 억지로 짜내는듯한 상황과, 관객들을 억지로 울리려는 신파 등이 나올 땐 거부감이 들곤 하는데, 모가디슈에는 억지스러운 느낌이 없어서 좋았습니다. 코로나 때문에, 가뭄에 콩 나듯 한국 영화들이 개봉을 하고 있는데, 코로나 상황만 아니면 충분히 많은 관객들을 동원할 수 있을 영화라고 생각됩니다. UN에 가입하기 전 우리나라의 상황들, 위험한 소말리아까지 외교관이 찾아가 적극적으로 외교활동을 할 수밖에 없던 상황들, 그리고 그 당시의 북한과의 관계들을 영화를 보며 간접적으로 역사 공부할 수 있었던 기회가 된듯합니다. 초중반의 정치와 역사적 상황부터 중후반의 이념은 다르지만, 하나 되어 생존을 위해 처절하게 몸부림치는 과정까지 짧지 않은 러닝타임 동안 지루하지 않게 볼 수 있었던 꽤 괜찮은 영화 모가디슈였습니다.
'리뷰 > 한국영화' 카테고리의 다른 글
공동경비구역 JSA, 분단의 아픔을 잘 보여준 영화 (0) | 2021.08.21 |
---|---|
돈, 부자가 되고 싶었던 한 남자의 이야기 (0) | 2021.08.13 |
마더, 모성애라는 가면을 쓴 광기와 이기심 (0) | 2021.08.12 |
새콤달콤, 현실적인 반전 로맨스 영화 (2) | 2021.08.11 |
올드보이, 복수와 광기가 두드러지는 영화 (1) | 2021.08.0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