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한국영화

밀정, 치열한 머리싸움의 긴장감을 놓칠 수 없는 독립군 영화

홍여누 2021. 9. 17. 23: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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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일어난 사건을 모티브로 만든 실화 영화

영화 밀정은 '황옥 경부 폭탄 사건'을 모티브로 해서 만든 영화입니다. 황옥 경부가 영화에서 이정출이라는 이름으로 나오는 인물인데, 영화에서도 친일파인지 의열단원인지 포지션이 명확하지 않은데, 역사적으로도 황옥이 친일파냐 독립군이냐를 들고 의견이 갈린다고 합니다. 역사적으로는 이견이 갈리지만, 영화에만 집중해서 보다 보면 이정출이라는 인물이 고뇌하고 고뇌하며 밀정 역할로 결국에는 독립군으로 활동하는 모습을 보면서 내가 생각하지 못한 방법으로 독립운동을 한 사람이 더 있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습니다. 영화는 750만 명이라는 흥행 스코어를 남겼고, 여러 시상식에서 수많은 상들을 타며 잘 만든 영화임을 입증했습니다. 역사적 사실과 다른 내용들이 있지만, 의열단과 일본 경부들의 인물들의 심리와 치열한 머리싸움에 초점을 두고 보다 보면 더 재미있을 영화라고 생각합니다. 비슷한 시기에 개봉했던 영화 '암살' 과는 다르게 조금은 무거운 분위기가 영화 전체적으로 깔려있는데, 그래서 조금 더 진중하고 긴장감 있게 영화를 감상할 수 있지 않았나 싶습니다.

 

일본 앞잡이 노릇을 한다하더라도 조국에 대한 마음의 빚은 있다

영화 밀정은 의열단원인 김장옥과 주동성이 독립운동 군자금을 구하기 위해 갑부인 황용섭의 집에 와서 이야기를 나누는 것부터 영화가 시작됩니다. 김장옥은 황용섭에게 약속한 군자금을 달라고 하지만 황용섭은 다른 소리를 하면서 시간을 끄는데, 이것은 일본군에게 김장옥을 넘겼기에, 일본군이 올 동안 김장옥을 붙잡아두려는 속셈이었지요. 뒤늦게 눈치챈 김장옥은 도착한 일본군과 총격을 벌이며 도망가지만, 결국엔 경무국 경부인 이정출이 이끄는 일본군에게 잡히게 되고, 김장옥은 스스로 목숨을 끊습니다. 김장옥 사건 이후 경무국 부장인 히가시는 이정출에게 의열단원의 행동대장인 김우진에게 접촉을 해 의열단의 동향을 파악하라고 지시합니다. 이에, 이정출은 미술상으로 위장해 김우진에게 접근을 합니다. 하지만, 김우진도 이정출의 신분을 알고 있었기에, 둘은 사업 이야기를 하며 겉으로는 호형호제하지만 서로를 계속해서 의심하는 관계가 됩니다. 히가시는 이정출의 감시 목적이지만, 이정출에게는 수사에 도움이 될 것이라며 하시모토 경부를 붙여줍니다. 합동수사를 하다 하시모토가 먼저 정보를 가로채 김우진 일당을 잡으려 하지만 상하이로 떠난 일행을 놓치고, 이정출은 이때부터 일본 측에서 자신을 대하는 무언가가 달라짐을 느끼게 됩니다.

하시모토와 이정출은 의열단원들을 잡기 위하여 상하이로 가는데, 상하이에서는 의열단장 정채산의 결단으로 이정출을 포섭하기로 합니다. 이른 새벽 이정출에게 접근한 김우진은 사업이야기로 둘러대며 정채산과 김우진, 이정출 셋의 삼자대면 자리를 만듭니다. 정채산과 김우진, 이정출은 밤새 술을 마시며 이정출을 포섭하고, 결국 이정출은 경성까지 폭탄을 옮기는데 의열단을 도와주게 됩니다. 이정출은 하시모토에게 거짓 정보를 주며, 수사과정을 혼란스럽게 하려 하지만, 의열단 내에 있는 밀정의 제보로 인해 이정출의 노력은 무산이 됩니다. 김우진에게 정보를 제공하던 이정출에게서 수상한 낌새를 눈치채고 의심하던 하시모토는 결국 이정출과 김우진의 관계에 대해서 알게 됩니다. 하지만, 이내 하시모토와 하시모토의 부하들은 김우진과 이정출에 의해 살해됩니다. 이정출은 자신의 팔에 총을 쏘고, 기지를 발휘해 경무국으로 돌아오게 되고, 김우진은 자신의 친구인 조회령이 일본의 밀정이었다는 것을 알고 직접 총을 쏴버립니다. 무사히 경성에 도착하는듯했지만, 의열단의 신원을 파악한 경찰들이 미리 진을 치고 있었고, 몇몇은 죽고, 몇몇은 체포됩니다. 경무부로 돌아온 이정출은 일본 경부의 위치에서 의열단원들이 학대받고 고문당하는 모습을 보며 복잡한 심정을 느끼던 중, 김우진이 보냈다고 한 주동성의 말을 따라 위조 신분증을 가지고 도망친 김우진을 만나게 됩니다. 하지만 이것은 주동성이 김우진과 이정출을 일본군에게 넘기려는 함정이었고, 둘은 체포됩니다. 김우진은 고문을 받기 전 정보를 주지 않으려 스스로 혀를 깨물어 벙어리가 되고, 재판에 소환된 이정출은 자신은 일본 경찰로서의 임무를 다한 것이라며 항변한 끝에 징역 1개월만 구형받습니다. 징역에서 나온 이정출은 끝까지 거사를 이어가달라고 부탁한 김우진과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혼자서 히가시가 주관하는 파티에 폭탄을 설치해서 파티에 참석한 히가시와 친일파들을 폭사시킵니다. 김우진과의 약속을 지킨 이정출은 의열단원인 선길에게 폭탄을 건네고, 선길은 자전거에 폭탄을 실은 채, 조선총독부에 들어가며 영화는 끝이 납니다.

 

이름을 남기지 못한 사람들에게 감사할 수 있길

황옥이라는 사람이 독립군일까? 친일파일까?라는 물음을 든다면 저 역시도 판단을 잘 내리지 못할 거 같습니다. 정채산과 김우진을 만나고 이후의 삶이 변하긴 했지만, 경부의 자리에 오른 이유는 영화에 나오지 않은 수많은 독립군을 잡아넣었기 때문일 것이라 생각 들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영화에서 이름이 나오지 않은 많은 의열단이 죽어가는 모습이 나오고, 심지어 외국인도 의열단원으로 나옵니다. 정채산과 김우진같이 중점적인 리더 역할을 하는 사람들의 역할도 매우 중요하지만, 실질적으로 행동하고 고문받고 움직였던 이름 모를 독립군들에 대한 감사함이 있었나 싶습니다. 

일반적인 독립운동을 배경으로 하는 영화와는 달리, 독립군과 친일파 사이의 고뇌를 멈추지 않는 이정출이라는 인물의 존재와 그리고 누가 아군인지 적인지 모르는 가운데 총칼이 난무하진 않지만 보는 이들로 하여금 긴장을 놓칠 수 없게 만드는 첩보전 등등 신선함을 느낄 수 있었던 영화 밀정의 리뷰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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