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한국영화

박하사탕, 시대와 환경이 바꾼 한 사람의 인생/줄거리결말포함

홍여누 2021. 10. 4. 14: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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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하사탕

 

설경구라는 배우가 본격적으로 주목받기 시작한 영화

영화 박하사탕은 2000년도에 개봉한 명작입니다. 세간에 사람들에게는 '나 다시 돌아갈래!'라는 유명한 명대사로 기억에 남아있는 영화입니다. 지금까지도 많은 사람들의 기억 속에 남아있는 이 영화는 설경구 배우가 첫 주연을 맡은 영화인데, 이 영화로 인해 설경구는 그 해 열린 대종상 영화제와 영평상에서 신인 남자배우상, 백상예술대상 신인 남자연기상, 청룡영화상에서는 남우주연상을 수상하는 등의 기염을 토합니다.

청소년 관람불가인 영화에다 2000년도 이 시절만 하더라도, 멀티플렉스 영화관이 아닌, 단관 상영관이 많았던 시절이어서 29만명이라는 관객을 동원한 것은 이 시절에는 흥행적으로도 꽤 성공을 거두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영화를 통해 한국 근현대사의 아픔이 순수하고 낭만있던 한 사람의 인생을 어떻게 어떤 식으로 바꾸어놨는지 보여줌으로 그 시대의 상황과 어쩔 수 없이 변할 수밖에 없었던 한 사람의 아픔을 보여주는 영화입니다.

 

 

박하사탕

 

한 사람을 보이는대로 정의하면 안 된다는 것을 알려주는 영화

영화는 영호와 순임이 만난 1979년도부터 영호가 스스로 목숨을 끊은 1999년까지 20년간의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영화의 순서는 1999년부터 역순으로 진행되는데 영호가 기차선로 위에서 '나 다시 돌아갈래'를 외친 순간부터 기차가 거슬러 올라가는 것처럼 철도길에 빗대어 시간의 흐름을 나타냅니다.

영화는 챕터별로 나뉘어서 진행됩니다. 영호가 바뀔만한 계기가 된 시점에서의 챕터로 계속해서 시간을 거슬러 올라감으로 영호에게 어떤 일들이 생겨서 지금 이렇게 바뀌게 되었는지 사건들이 나옵니다.

챕터는 7개로 나뉘어 영화가 진행됩니다. 챕터 1에서는 영호가 가리봉 봉우회의 야유회 장소에 나타나 진상을 부리듯 뛰어다니다 기차선로 위에서 자살을 하는 모습이 나오고, 챕터 2에서는 기차선로 위에 올라가기 며칠 전, 라디오를 통해 가리봉 봉우회가 열리는 소식을 알게 되고 어떻게 그 장소로 가게 되었는지와 남은 돈을 탈탈 털어 총을 구한 뒤, 이혼한 아내 홍자의 집을 찾아가지만 문전박대를 당하는 장면이 나옵니다. 자신의 첫사랑 상대였던 순임이 자신을 보고 싶어 한다고 찾아온 순임의 남편을 따라 순임과 인사한 영호는 맡아놨던 카메라라며 순임의 남편에게서 카메라를 받아 드는데, 영호는 이 카메라를 팔아버리고 안에 든 필름마저도 빛에 노출시켜 쓸모없이 만들고 오열하는 장면이 나옵니다.

 

 

챕터 3은 자신의 아내인 홍자가 운전교습강사와 바람을 피운걸 목격한 뒤 홍자에게 폭력을 가하지만, 자신 역시 비서인 미스리와 바람을 피우는 장면과 함께, 고깃집에서 만난 어린아이의 아버지와 어색하게 아는 척을 하는 장면이 나오고, 챕터 4에서는 1987년 민주화 운동이 한창인 시절, 운동권 수배자의 지인이었던 챕터 3의 고깃집에서 만난 사람을 물고문하며 수배자를 잡는 과정이 나옵니다. 군산에서 잠복수사를 하는데, 첫사랑이었던 순임이 군산에서 산다는 것을 알고 있는 영호의 감상 젖은 모습이 나오며 챕터 4는 마무리가 됩니다.

챕터 5에서는 신참 형사였던 순수했던 영호가 어떻게 폭력적인 형사로 변하게 되었는지 나오고, 이젠 더이상 순수하지 못한 자신을 찾아온 순임을 거부하고, 자신이 사랑하지는 않지만 자신을 짝사랑한 홍자를 택하는 장면이 나오고, 챕터 6에서는 계엄령이 내려져 자신을 찾아온 순임을 보지 못하고 때마침 부대가 긴급출동을 하게 되는데, 누가 쐈는지도 모를 오발탄을 발에 맞아 혼자 남게 되었다가 여고생을 발견하고 살려달라는 여고생에게 누가 보기 전에 빨리 도망가라며 조준도 하지 않고 쏜 총에 여고생이 맞아 죽으면서 오열하는 장면이 나옵니다. 마지막 챕터 7에서는 영호와 순임이 처음 만나 서로 좋아하기 시작하는 순수한 모습들이 나옵니다. 영화의 마지막에서는 챕터 7에서의 젊고 순수했던 영호가 다리 밑에 누워 기차가 움직이는 선로를 보고 눈물을 흘리는 장면이 나오며 영화는 끝이 납니다.

 

 

박하사탕

 

희노애락의 연속인 인생에 사람을 변하게 할 만한 사건들이 있다

사람 쉽게 안 변한다는 말이 당연하게 여겨지는 때가 있습니다. 하지만, 지금 내가 보고 있는 타인의 인생이 어느 부분부터 보고 있는 것이고, 또 이 사람을 다 알지 못하면서 함부로 판단을 내린 적이 있진 않나 싶습니다.

순수하고 낭만적이었던 영호가 군대에서 의도치 않게 사람을 죽이고, 형사로 재직하면서 운동권 사람들을 고문하게 되는데는 필시 그럴 수밖에 없었던 이유가 있었습니다. 순임을 거절했던 것도 이미 순수함을 잃어버린 자신을 내세울 용기가 없어서 그것이 최선의 선택이었다고 생각했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시대를 잘못 타고난 영호의 아픔이 매 순간 최선의 선택을 했다고도 할 수 있겠지만, 영호에게 큰 실망을 하고 거절당했음에도 순임은 생의 마지막 끝에서 영호를 찾았습니다. 똑같은 세상을 살면서 변하는 사람과 변하지 않는 사람이 있지만, 함부로 한 사람의 인생을 내가 다 안다는 듯이 판단하는 것은 정말 옳지 않은 일이라는 것을 이 영화를 보면서 알게 되었던 듯합니다.

이상으로 근현대사의 아픔이 한 사람의 인생을 어떻게 변하게 만들었고, 그 아픔에 대해 보여주는 영화 박하사탕의 리뷰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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