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한국영화

해피엔드, 주인공 각자 다른 욕망의 끝을 보여주는 영화

홍여누 2021. 8. 29. 15: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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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당히 현실적이라 찝찝하고 우울한 영화

1999년에 나온 이 영화는 개봉 당시에 전도연과 주진모의 정사신으로 화제몰이가 많이 되었다고 합니다. 정사신이 이 영화에 대한 주목과 관심을 더 받게 한 것에는 의심이 없지만, 영화 자체에 담긴 스토리도 많은 의미를 담았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이 영화가 나온 시기엔 IMF 때문에 전 국민이 힘들었을 시절이었고, 최민식은 잘 나가던 은행원에서 실업자가 되었다는 설정이 이 시대를 살아간 그 당시의 남성들의 모습에 대입해서 이 영화를 관람하게 된 듯합니다.

영화의 내용이 상당히 현실적인 부분이 많다고 느꼈습니다. 점점 보라(전도연 배우)에게 집착과 소유욕이 심해져 미쳐가는 일범(주진모 배우)과, 불륜을 저지르면서도 마음 한구석에 찔림을 느끼는 보라, 이런 불륜관계를 다 알면서도 딸을 위해 가정을 지키려는 민기(최민식 배우)의 입장들이 지금 불륜관계를 가지고 있는 사람이 있다면 이 영화를 볼 때 많은 찔림을 느낄 수 있겠다 싶습니다. 조금만 더 어릴 때 봤다면, 영화 자체에 반감을 가지거나, 내용 이해를 못하거나 했을 텐데, 지금 주변에 결혼하는 사람들이 많이 생기는 시기에, 여러 사람들을 만나고 많은 이야기를 들은 후 이 영화를 보니 참 잘 만든 영화라고 생각 듭니다.

 

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

민기는 은행에서 6년간 근무하다가 실직한 지 3개월이 된 실직자입니다. 실직을 했지만, 민기는 다른 일을 구하면서도 책방에서 연애소설을 읽거나, 집안일을 도맡아 하고, 아이를 돌보는 등 나름의 바쁜 생활을 보내며, 가정에 충실하려 노력합니다. 하지만 이런 상황 속에 아내인 보라는 답답함을 많이 느끼고, 그런 보라에게 대학시절의 연인이었던 일범과의 만남은 현실의 답답함을 해소해줄 안식이었습니다. 보라는 잘 나가는 영어학원의 원장입니다. 가정의 경제권이 보라에게 있고, 민기의 실직이 지속되면서 둘 사이의 관계에 갈등은 점점 더 심해집니다. 갈등이 심해지면서 일범과의 관계는 그만큼 더 깊어지고, 만남은 더 잦아지면서, 보라는 아기가 먹는 분유에 개미가 기어 다니는 것도 못 알아챌 정도로, 가정에는 점점 더 소홀해집니다. 보라가 가정에 대해 소홀해지는 모습을 보고, 심지어 보라와 일범의 불륜관계를 알아채면서도 사랑하는 아기 때문에라도 가정을 지키려 민기는 이 모든 것들을 모른 체합니다. 한 편, 일범은 보라와 관계가 점점 깊어지는 동시에 보라를 소유하고자 하는 욕망이 더 커집니다. 보라와 민기의 가정을 파괴하고, 보라와의 관계가 더 깊어지고자 하는데, 보라는 그런 일범을 바라보며, 무언가 잘못되고 있음을 느끼고 관계를 정리하려 합니다. 하지만 일범은 그런 보라를 놓아주지 않고, 보라를 설득하려 집 앞까지 찾아오고, 이미 이성을 잃은 일범과 이야기를 나누기 위해 보라는 아기에게 분유에 수면제를 타서 먹이고 일범을 만나러 갑니다. 그 사이 민기가 집에 돌아오고, 벌레 탄 분유를 먹인 것을 알고 난 후, 병원에 가서 진단을 받고 다시 돌아오는데, 일범과 보라가 정사를 나누는 것을 목격하게 됩니다. 이성을 잃은 민기는 치밀하게 계획하여 보라를 죽이고, 일범에게 덮어 씌워버리게 되고, 일범은 경찰에 잡혀 들어갑니다. 화장실에서 울며 보라의 흔적을 지우고, 아기와 함께 자고 일어나는 민기의 모습이 비치며 영화는 막을 내리게 됩니다.

 

모르는 게 약인 진실이 있을까

세상에 몰라도 되면 좋을만한 진실들이 있을까 생각해보게 됩니다. 민기가 보라와 일범의 불륜관계를 몰랐다면, 더 가정이 평화로울 수 있지 않았을까 싶기도 하고, 그러면 보라는 결국 민기에게 돌아올 수 있었을까 싶기도 합니다. 일범도 시간이 지나면 더 괜찮은 여자를 만나 다른 행복한 가정을 꾸릴 수 있었을까 여러 마음이 듭니다. 하지만, 저는 아이가 없지만, 조카가 있는 삼촌의 입장으로서 보면 아기에게 수면제를 먹이고, 남자를 만나러 나갈 정도였다면 갈 때까지 갔다는 마음도 듭니다. 보라의 욕망의 끝은 죽음이었고, 일범은 살인자라는 누명을 썼고, 민기는 가정은 지켰지만 아내를 죽인 살인자가 되었습니다. 모두 다 비극적 결말을 맞이하게 되었죠. 누구 한 명만 잘못된 길을 가더라도, 자신의 곁에 있는 다른 사람들도 잘못된 길에 빠질 수 있다는 것도 동시에 알려준 영화인듯합니다. 불편한 진실을 현실적으로 담아 찝찝하지만, 그 찝찝함때문에 정말 잘 만들었다고 느끼게 되는 영화 해피엔드의 리뷰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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